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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 계양산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러브버그가 대량으로 나타나 시민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계양산 정상 부근에서는 러브버그 사체가 등산로를 까맣게 뒤덮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2022년 4,378건에서 작년 7월 기준 9,296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으며, 올해도 이미 많은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러브버그는 암수가 한 쌍으로 붙어 다니며 번식하는 습성 때문에 '러브버그'라는 귀여운 별칭이 붙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인천에서 처음 발견된 외래종으로, 중국 산둥 등지의 유전자와 유사하여 물류 교역 과정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크기는 약 6mm 정도로 작지만, 대량으로 출몰하여 시각적인 불쾌감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 왜 러브버그가 이렇게 많아졌을까요?
러브버그의 대발생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가 꼽힙니다. 러브버그는 고온 다습한 환경을 선호하는데, 기후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의 날씨가 점차 덥고 습해지면서 러브버그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원래 중국 동남부나 대만 등 아열대 지역에 주로 분포했지만, 기후 변화와 함께 북상하여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도심 환경이 러브버그에게 '천국'과 같은 서식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도시의 열섬 현상과 함께 밤늦게까지 켜져 있는 LED 불빛은 러브버그를 끌어모으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연구에 따르면, 러브버그가 LED 광원에 유인되는 현상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국내에서 채집된 러브버그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살충제 저항성과 열 스트레스 적응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도시 환경에 더욱 강한 적응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러브버그는 뚜렷한 천적이 없다는 점도 개체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일반적으로 새들이 벌레를 잡아먹지만, 러브버그는 신맛이 나고 끈적한 체액을 가지고 있어 대부분의 새들이 먹이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조건들이 맞물려 러브버그의 대발생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 러브버그, 해충일까요 익충일까요?
많은 분들이 러브버그를 보고 혐오감을 느끼고 민원을 제기하시지만, 사실 러브버그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에 가깝습니다. 독성이 없어서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으며, 진드기 같은 해충을 잡아먹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성충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기는 화분 매개자 역할을 수행하며, 애벌레는 토양 속 유기물을 분해하여 흙을 비옥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처럼 러브버그는 생태계에서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쾌감을 주는 대량 출몰 때문에 시민의 86%가 러브버그를 해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 러브버그,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러브버그는 인체에 무해한 익충이라는 점과 화학 살충제 사용이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여,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친환경 방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ㅡ물 뿌리기 : 러브버그의 날개가 약하기 때문에 물을 뿌리는 것만으로도 쉽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마포구에서는 살충제 대신 살수 방식으로 러브버그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ㅡ광원/유인제 포집기 설치 : 은평구에서는 러브버그의 근원지로 지목되는 봉산과 백련산 일대에 광원과 유인제를 활용한 포집기를 설치하여 러브버그를 유인, 포획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ㅡ자연적 소멸 : 러브버그는 약 2주 정도의 성충 기간을 거친 후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발생 시기가 지나면 개체 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ㅡ친환경 방역 연구 :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자연 상태에서 러브버그 유충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곰팡이성 병원균을 활용한 천연 곰팡이 농약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러브버그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은 살충제보다는 물을 이용한 물리적인 제거와 자연적인 소멸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러브버그는 생태계에 유익한 면도 있으니, 조금은 인내심을 가지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러브버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